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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A.I.>, ai에 담긴 인간성의 본질

by jdyddy 2025. 5. 18.

사랑 받고 싶었던 로봇

 

1. 줄거리

 

  《A.I.》는 기후 변화로 물이 부족해진 미래 사회에서 인류가 인공지능 로봇(Mecha)을 만들어 삶을 유지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데이빗’이라는 소년 로봇으로, 인간처럼 사랑을 느끼도록 프로그래밍된 최초의 로봇입니다. 데이빗은 한 연구소 직원 헨리와 그의 아내 모니카의 집에 입양됩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아들이 병에 걸려 냉동 보관 중이었기에, 정서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데이빗을 받아들입니다. 모니카가 데이빗의 '사랑 인식 코드'를 활성화하면서, 그는 진짜 아들처럼 그녀를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친아들 마틴이 기적적으로 깨어나면서 데이빗은 가족 안에서 점점 소외됩니다. 여러 사건 끝에 모니카는 데이빗을 숲에 버리고 떠납니다. 데이빗은 자신이 진짜 소년이 되어 모니카의 사랑을 다시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전설 속의 ‘푸른 요정’을 찾아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 여정에서 그는 로봇 성인 엔터테이너인 ‘조 지골로’와 친구가 되고, 로봇을 파괴하려는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남아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탐색합니다.

데이빗은 오래전 인간이 사라지고 로봇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미래까지 살아남으며, 고대 문명처럼 보존된 과거의 흔적 속에서 인간과 사랑에 대한 기억을 간직합니다. 수천 년 후, 진보한 인공지능 존재들이 그를 깨워주고, DNA 기록으로 모니카를 하루 동안 복원시켜 데이빗에게 마지막 하루를 선물합니다. 그렇게 그는 사랑을 완성하며 눈을 감습니다.

 

 2. 연출 및 주요 인물 분석

 

  《A.I.》는 원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구상하던 프로젝트였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이어받아 연출했습니다. 두 감독의 세계관이 섞인 이 작품은 차가운 미래적 비전과 따뜻한 인간적 감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큐브릭의 냉정하고 상징적인 톤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고, 스필버그 특유의 감정적 연출과 인간 중심적 시선이 살을 입혀 영화 전체에 묘한 긴장감과 감동을 동시에 줍니다.

영화는 빛과 어둠의 대비, 물과 유리 같은 시각적 상징을 반복적으로 활용하여 인간성과 기계성의 경계를 시각화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빗이 수조 속에서 푸른 요정을 바라보며 수천 년을 버티는 장면은 그의 사랑과 집착, 인간됨에 대한 갈망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영화 중반 로봇 사냥장면은 인간의 잔혹성과 공포를 극적으로 부각시키며 로봇의 존재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데이빗 역을 맡은 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로봇 특유의 무표정함과 인간적인 감정 표현 사이를 오가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조 지골로’ 역의 주드 로는 매력적이고 세련된 성인형 로봇의 이미지를 통해 인공지능의 다양한 형태와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반면 데이빗의 양엄마 모니카는 인간이 로봇에게 줄 수 있는 사랑과 잔인함을 모두 대변하는 복합적인 인물로, 인간의 이기성과 모성애를 동시에 보여주는 키 캐릭터입니다.

 

 3. 총평 

 

  《A.I.》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닌, 철학적 질문과 감정적 깊이를 동시에 담은 작품입니다.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존재가 과연 인간이 될 수 있는가?’, ‘진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윤리적, 정서적 경계를 탐색합니다. 특히 데이빗의 집착과 희망, 그리고 사랑은 인공지능의 행동이 인간을 모방한 것인지, 진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유도합니다.

스필버그는 기존 로봇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술적 상상이나 액션보다는, 데이빗이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에게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다만 이 감정적 접근이 일부 관객에게는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늘어지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큐브릭이 지향한 냉철한 SF와 스필버그의 따뜻한 휴머니즘이 충돌하면서 다소 어색한 결합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이질감 자체가 오히려 《A.I.》를 더욱 독창적인 작품으로 만듭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데이빗이 모니카와의 하루를 보내고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 속에서 눈을 감는 장면은 감정의 절정을 이룹니다. 그는 인간이 아니지만,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바랐으며, 끝내 사랑을 완성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A.I.》는 관객에게 인간성과 감정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아름답고도 슬픈 SF 동화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