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듄: 파트 1》은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SF 대서사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입니다. 먼 미래, 인류는 우주 여러 행성을 식민지로 삼아 귀족 가문 중심의 봉건적 질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심 소재는 ‘아라키스(Dune)’라는 사막 행성으로, 이곳은 은하계에서 유일하게 ‘스파이스(멜란지)’라는 귀중한 자원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스파이스는 우주 항해, 장수, 정신 능력 증강 등 다양한 힘을 부여하는 물질로, 이를 둘러싼 권력 다툼이 벌어집니다.
영화는 아트레이드 가문이 황제의 명령으로 아라키스를 다스리게 되며 시작됩니다. 레토 공작(오스카 아이삭)은 충성스러운 통치를 결심하지만, 이는 곧 함정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아라키스를 지배하던 하코넨 가문이 뒤에서 황제와 결탁해 아트레이드 가문을 제거하려 했던 것입니다. 결국 하코넨의 기습 공격으로 레토 공작은 죽고, 그의 아들 폴 아트레이드(티모시 샬라메)와 어머니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사막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폴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예지몽과 예언을 통해 암시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점점 자각하게 됩니다. 그는 전설 속 구세주 ‘무아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운명과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겪습니다. 아라키스의 원주민 프레멘들과의 만남, 그리고 사막의 혹독한 생태에 적응하며 영화는 그의 각성과 여정을 그리며 마무리됩니다. 영화는 폴이 점차 스스로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간에서 멈추며 2부를 예고합니다.
2. 촬영 배경
《듄: 파트 1》의 촬영은 실사와 CGI의 경계를 흐릴 정도로 사실감 있는 미장센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스케일과 위엄을 자연의 웅장함으로 구현하기 위해 실제 촬영지로 요르단의 와디 럼 사막과 아부다비의 리와 사막을 선택했습니다. 이 지역들은 기이한 암석 지형과 광활한 모래 언덕으로 인해 SF적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자아냅니다.
빌뇌브 감독은 최대한 자연광을 활용한 리얼한 촬영을 선호하며, 인공적인 세트 대신 실제 지형의 질감과 빛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덕분에 영화 속 아라키스는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며, 관객들에게 이질적이면서도 매혹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또한 우주선, 무기, 의상 등의 디자인은 중세 유럽과 이슬람 문화, 아프리카 부족 등 다양한 문화권의 미학을 혼합해 독특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음향과 음악도 이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한스 짐머가 작곡한 OST는 전통 악기, 목소리, 전자음악 등을 혼합하여 낯설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특히 프레멘의 테마나 사막 장면에서 들리는 중동풍의 선율은 이국적인 세계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듭니다. 빌뇌브는 SF 장르가 흔히 빠지기 쉬운 ‘과장된 미래감’을 피하고, 가능한 한 “미래의 신화”처럼 느껴지도록 비주얼과 음향을 구성했습니다.
3. 총평
《듄: 파트 1》은 단순한 블록버스터를 넘어서, 문명과 신화, 운명과 권력의 대서사시를 정교하게 쌓아 올린 작품입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거대한 원작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시청각적으로 웅장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SF 영화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타이트한 액션보다 철학적 서사와 감정의 흐름에 집중했기 때문에,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만큼 각 장면의 미학과 상징성은 매우 뛰어납니다.
특히 티모시 샬라메의 내면적인 연기, 레베카 퍼거슨의 카리스마, 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의 압도적인 악역 연기 등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도 훌륭합니다. 이 영화는 단지 주인공의 여정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음모, 종교적 예언, 생태계와 자원의 통제 같은 다층적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며 SF가 품을 수 있는 지적 깊이를 보여줍니다.
물론 서사의 절반만을 다루는 만큼, 이야기 자체의 완결감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후속작인 《듄: 파트 2》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해결됩니다. 결과적으로 《듄: 파트 1》은 세계관과 인물의 기반을 단단히 쌓는 데 성공한 ‘프롤로그’이자, 비주얼과 사운드만으로도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SF 팬뿐만 아니라, 묵직한 영화 서사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도 깊은 만족을 줄 수 있는 걸작입니다.